"나비씨는.... OO을 참 잘해. "
올해로 28살, 만으로 26세
내가 타인으로 하여금 듣는 OO의 빈칸은
노력이었을까, 타고태어난 것들이었을까?
OO에는 주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같은 말이 들어간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글과 가사를 읽고,
음악을 듣고,
인간사람이 뭘 바라는지 눈치껏 알아듣고,
말로 전달하고 노래하고,
글로 정리해서 쓰는 것 까지.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소통수단에 대다수를 칭찬받았다.(?)
이렇게만 보면, 삶에 전반적으로 우수하게 살아갈 거 같지만...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대다수, 그 사람을 이루는 특출나 보이는 능력에 대한 부분을
'고정값'이라고 판단할 때 생긴다.
이런 고정값을 사람들은 '적성'이라고 부른다.

아니, 갓 태어난 빡빡머리의 스탯의 작고 소중한 값을 보면서
' 아 얘는 법사로 클 떡잎이다. ' 라고 한다거나,
' 아 얘는 힘써야겠네. ' 라고 한다거나 말이지
저 자그마한 주사위를 돌리는 데에도 몇번이고
'조금 더 그 직업과 가깝게 ...'
라며 신경쓰는 모습이란 말이다.
왜냐하면, 시작점에서부터 이미 '망캐'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겁을 먹는다.

살아 숨쉬는 인간은 어떤 때에 '망캐'가 될까?
중학교 3학년, 그러니까 16살 때부터 10년동안 나는
'심리 상담사'와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찾아다녔다.
왜?
투자하는 내 시간이 허비가 될까봐?
나랑 철썩같이 잘 어울리는 그 어떤 옷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해서?
괜히 망캐가 될까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심리 상담사가 되지 않기 위해선, 먼저 '심리 상담사'가 되어야 했다.
무언가가 되기 전에 완벽히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깨닫는다는 것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나비야, 너는 정말 상담 잘하는 거 같아."
-> "나비 넌.. 너는 상담사 절대 못해."
-> "나비언니, 언니는 교도소 쪽 상담 진짜 잘 할 거 같아."
-> "나비님, 나비님 같은 상담사가 부족해요."
-> "나비는 상담사가 하고 싶은게 맞니?"
-> "나비랑 얘기하면 정리가 되니까 너무 좋아"
-> "나비야.. 그냥 공감해주면 안돼?"
-> "나비님, 나비님 덕분에 마음 정리가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나비는 상담이 천직이네."
-> "나비는 .. 상담보다는 OO이 더 잘맞지 않아?"
-> "와.. 나비가 상담하는 모습이라니 상상이 안돼"
-> "아 역시, 나비는 상담할 줄 알았어."
.
.
.
= "나비야, 너 같은 '상담사'가 있어도 돼."
20살, 상담교육 전공 1학년 때 오빠에게 들었던 말이다.
처음으로, 직업이 나를 삼키지 않게끔 도와준 말이다.
그리고 27과 28살 그 사이에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개발자'의 기술을 알고 싶었다.
이름에는 욕심이 없다.
그 기술을 알기 위해 시작한지 고작 6개월
위에 120개월에 비하면...얼마나 멀었을까.
120개월도 앞서 뛰었다고 생각한 만큼 뛰었다고 단축한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그럼 또 얼마나..

위와 같은 깊이와 갈래의 서사를 쓰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흘러야 하겠는가.
"나비님, 나비님은 말을 잘하니까 나중에 PM이 되면 좋겠어요."
"나비님, 나비님은 기획자가 어울려요."
"나비님, 나비님은 프론트해야돼요."
"나비님, 나비님은 개발자랑 맞지 않아요."
"나비님, 나비님은 ...."
.
.
.
이전에 겪었던 루트 덕분에
익숙한 패턴으로 나는 개발자 망캐가 되지 않기 위해 시도하는 중이었고,
결론은 마찬가지로
나같은 개발자가 있어도 되지 않냐. 라는 부분이다.

비전공자 <- 이 타이틀이 주는 무력감이란건 사실 합리화를 위한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전공자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이 밤을 새서 공부를 하지도 않고
모두가 실무에 빠삭한 것도 아니라는 것..
지금 나는 모른다.
그러니 알면 된다.
앞으로의 나도 모르지 않게 두자.
그리고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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